같은 장면, 다른 기억: 사람마다 기억이 달라지는 이유

지난 글에서는 사람이 왜 자신의 기억을 실제보다 정확하다고 믿는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모든 내용이 실제와 똑같은 것은 아니며, 기억에 대한 확신과 정확성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궁금증이 생깁니다.

같은 장소에 있었고, 같은 장면을 봤는데 왜 사람마다 기억하는 내용이 다를까요?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온 뒤 사진을 보며 이야기하다 보면 이런 일이 종종 생깁니다.

“여기 옆에 카페 있었잖아.”

“카페가 있었어? 나는 전혀 기억 안 나는데?”

누군가는 친구가 입었던 옷을 기억하고, 누군가는 뒤에 있던 건물을 기억합니다. 심지어 똑같은 사진을 함께 본 뒤에도 시간이 지나 무엇이 있었는지 물어보면 서로 다른 대답을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기억이 나중에 어떻게 변하는지가 아니라, 처음 장면을 바라보는 순간부터 왜 사람마다 다른 정보가 기억에 남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같은 장면을 봐도 우리는 모든 것을 보지 않는다

사진 한 장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사진 속에는 사람의 얼굴과 옷, 건물, 자동차, 간판, 나무, 하늘처럼 수많은 정보가 들어 있습니다.

우리의 눈에는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들어오지만 모든 정보를 같은 수준으로 자세하게 처리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입니다.

우리의 주의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많은 정보 중 현재 중요하거나 관심 있는 일부를 선택해서 처리합니다.

예를 들어 단체 사진을 볼 때 가장 먼저 자신의 얼굴부터 확인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면 사진 촬영을 좋아하는 사람은 배경이나 구도를 먼저 볼 수도 있고,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누군가가 입은 옷에 먼저 시선이 갈 수도 있습니다.

같은 사진을 보고 있지만 실제로 자세히 처리한 정보는 서로 다른 것입니다.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도 기억을 바꾼다

평소 관심사 역시 무엇을 발견하고 기억하는지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과 자동차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같은 거리 사진을 본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사진 속 차량의 종류나 특징을 빠르게 알아차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자동차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차량이 있었다는 사실 정도만 기억하고 구체적인 모습은 기억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식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길가의 꽃이나 나무를 더 자세히 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에게 의미 있거나 익숙한 정보를 상대적으로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사람마다 기억이 다른 이유는 기억력이 좋고 나쁜 차이만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처음부터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바라봤는지가 달랐을 수 있습니다.

같은 여행을 다녀와도 기억이 다른 이유

이러한 차이는 사진뿐 아니라 실제 경험에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친구 세 명이 함께 여행을 갔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한 사람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가장 중요했고, 다른 사람은 사진 촬영을 좋아했으며, 또 다른 사람은 관광지의 역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세 사람은 하루 종일 같은 장소를 돌아다녔지만 여행이 끝난 뒤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장면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음식의 맛을 기억하고, 누군가는 멋진 풍경을 기억하며, 다른 사람은 관광지에서 들었던 설명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즉, 같은 경험을 했다는 것이 같은 정보를 기억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눈길을 끄는 정보는 기억에 남기 쉽다

모든 정보가 우리의 주의를 똑같이 끄는 것도 아닙니다.

갑자기 움직이는 물체나 눈에 띄는 색, 예상하지 못한 상황처럼 주변과 다른 특징을 가진 정보는 주의를 끌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대부분 검은색 옷을 입은 사진 속에 한 사람만 아주 밝은 옷을 입고 있다면 그 사람이 먼저 눈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반면 사진의 구석에 있는 평범한 물건은 시야에 들어왔더라도 자세히 처리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중에 사진 속에 무엇이 있었는지 물어봤을 때 눈에 띄었던 정보는 쉽게 떠오르지만 그렇지 않은 정보는 기억하지 못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내가 찾고 있는 것도 무엇을 보는지 결정한다

목적에 따라서도 같은 장면에서 발견하는 정보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 사진에서 빨간색 물건을 찾아보세요.”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빨간색을 중심으로 사진을 살펴보게 됩니다.

반대로

“사진 속 사람들의 표정을 기억해 보세요.”

라고 한다면 얼굴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일 것입니다.

사진 자체는 변하지 않았지만 무엇을 찾고 있는지에 따라 주의를 배분하는 위치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일상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세상을 바라봅니다.

현재의 목표와 관심사가 무엇인지에 따라 같은 공간에서도 어떤 정보는 자세히 보고 어떤 정보는 거의 지나칠 수 있습니다.

기억의 차이는 이미 ‘보는 순간’부터 시작될 수 있다

흔히 두 사람의 기억이 다르면 시간이 지나면서 한쪽이 잘못 기억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의 차이는 그보다 훨씬 앞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처음 사건을 경험하는 순간부터 서로 다른 곳에 주의를 기울였다면 애초에 기억에 남은 정보 자체가 달랐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은 친구의 표정을 자세히 봤지만 다른 사람은 그 순간 창밖의 풍경을 보고 있었다면, 두 사람이 나중에 같은 순간을 다르게 설명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 있습니다.

같은 것을 봤는데 왜 서로 다르게 기억할까?

결국 사람마다 기억이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같은 장면에 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똑같은 정보를 처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관심사가 다르고, 현재의 목표가 다르며, 눈길을 끄는 정보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주의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눈앞에 있는 모든 정보를 똑같이 자세하게 기억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같은 사진을 보고도 누군가는 사람의 표정을 기억하고, 다른 사람은 배경을 기억하며, 또 다른 사람은 전혀 다른 물건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기억에 대한 강한 확신이 항상 완벽한 정확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기억이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질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어쩌면 기억의 차이는 우리가 그 장면을 처음 바라봤던 순간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어도 반드시 같은 것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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