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할 일을 알고 있는데도 자꾸 미루는 이유, 의지력이 부족해서일까?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오늘까지 보내야 하는 이메일, 미뤄둔 청소, 시작해야 하는 공부까지. 머릿속으로는 분명 “지금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이상하게 손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잠깐만 쉬려고 스마트폰을 켰다가 영상을 보고, 갑자기 책상을 정리하고, 평소에는 하지 않던 다른 일을 시작하기도 합니다.

결국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가 되어서야 급하게 시작합니다.

도대체 해야 할 일을 알면서도 미루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흔히 이런 행동을 의지력이나 게으름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인지과학과 심리학에서는 미루는 행동을 조금 다르게 바라봅니다.

할 일을 미루는 이유는 단순히 게을러서가 아니다

미루는 행동을 뜻하는 프로크래스티네이션(Procrastination)은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행동을 뒤로 미루는 것을 말합니다.

중요한 점은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마감이 다음 달인 일을 오늘 하지 않는 것은 합리적인 일정 관리일 수 있습니다. 반면 오늘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불편한 마음 때문에 계속 피하고 있다면 미루는 행동에 더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결과적으로 손해가 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일을 미룰까요?

미래의 보상보다 지금의 편안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해야 할 일을 시작하면 얻는 보상은 대부분 미래에 있습니다.

오늘 공부하면 나중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고, 지금 운동하면 장기적으로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반면 스마트폰을 보거나 소파에 누워 쉬는 즐거움은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람은 미래의 보상보다 지금 당장 얻을 수 있는 보상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평가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를 설명할 때 사용되는 개념 중 하나가 시간 할인(Temporal Discounting)입니다.

“지금 10분만 쉬자.” 라는 선택이 순간적으로는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그 10분이 30분이 되고 한 시간이 되면서 해야 할 일이 계속 뒤로 밀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기 싫은 감정을 피하기 위해 일을 미루기도 한다

미루는 행동에는 감정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어렵거나 지루한 일을 앞두고 있으면 시작하기도 전에 부담감이나 불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너무 어려울 것 같은데.”

“잘 못하면 어떡하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

이런 감정을 느낄 때 일을 잠시 미루면 당장은 마음이 편해집니다.

해야 할 일을 없앤 것은 아니지만 그 일을 마주하면서 느끼던 불편함에서는 잠시 벗어난 것이죠.

이 때문에 미루기는 때때로 불편한 감정을 단기적으로 조절하는 행동으로 설명되기도 합니다.

일이 클수록 시작하기 어려운 이유

“보고서 작성하기.”

“시험 공부하기.”

“집 정리하기.”

이런 목표는 해야 할 범위가 크고 시작점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 자체에도 인지적인 부담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보고서 파일 열기.”

“교재 10페이지 읽기.”

“책상 위 컵 치우기.”

처럼 행동을 작게 나누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훨씬 명확해집니다.

그래서 미루는 습관을 줄이려면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첫 행동의 크기를 작게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마감 직전이 되면 갑자기 집중되는 이유

평소에는 그렇게 하기 싫었던 일인데 마감이 몇 시간 앞으로 다가오면 놀라울 정도로 집중이 잘될 때가 있습니다.

이유 중 하나는 선택지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오늘 할까, 내일 할까?”

라고 고민할 여유가 있을 때와 달리 마감 직전에는 더 이상 미룰 시간이 없습니다.

또한 마감이 가까워지면서 과제를 끝내지 못했을 때의 결과가 훨씬 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래서 긴박감이 행동을 시작하게 만드는 강한 자극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번 마감의 압박을 이용하는 방식은 스트레스를 높이고 결과물의 질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전략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자꾸 일을 미룬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해볼 수 있는 방법은 목표를 아주 작게 만드는 것입니다.

“오늘 공부해야지.”

보다는

“책을 펴고 5분만 읽자.”

처럼 시작할 행동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입니다.

해야 할 일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면 전체를 생각하기보다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첫 단계 하나만 정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주변의 방해 요소를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스마트폰 알림을 끄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두는 것처럼 즉각적인 보상을 주는 요소와 거리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또 자신이 왜 일을 미루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도 있습니다.

단순히 귀찮아서인지, 일이 너무 막연해서인지, 잘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시작하기 어려운지를 구분하면 해결 방법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왜 해야 할 일을 알면서도 미룰까?

결국 할 일을 미루는 이유를 단순히 의지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미래보다 현재의 보상을 크게 느끼는 경향, 하기 싫은 감정을 피하려는 마음, 시작점이 명확하지 않은 과제의 부담 등이 함께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루기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조건 강한 의지를 가지는 것만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을 아주 작은 행동으로 나누고, 시작을 방해하는 요소를 줄이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에 해야 할 일을 앞에 두고 또 스마트폰부터 만지고 있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나는 왜 이렇게 게으르지?”가 아니라 “지금 이 일을 시작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질문을 바꾸면 미루는 행동을 바라보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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