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우연히 들었던 노래 한 소절이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반복된 경험이 있으신가요?
분명 음악을 끈 지 한참 지났는데도 머릿속에서는 계속 같은 멜로디가 재생됩니다. 심지어 노래 전체도 아니고 특정 후렴구나 짧은 한 소절만 계속 반복될 때도 있죠.
“왜 자꾸 이 노래가 생각나지?”
이렇게 머릿속에 노래가 계속 맴도는 현상은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닙니다. 인지과학과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이어웜(Earworm) 또는 비자발적 음악 심상(Involuntary Musical Imagery, INMI)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머릿속에 노래가 맴도는 현상, 이어웜이란?
이어웜(Earworm)은 실제로 음악을 듣고 있지 않은데도 특정 노래나 멜로디가 머릿속에서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름만 보면 귀에 무언가 문제가 생긴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귀보다는 기억과 인지 과정에 관련된 현상에 가깝습니다.
특히 재미있는 점은 우리가 의도해서 노래를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일을 하고 있거나 샤워를 하거나 길을 걷는 것처럼 전혀 음악을 생각하지 않는 순간에도 갑자기 노래 한 소절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번 떠오른 멜로디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반복되기도 합니다.
왜 노래 전체가 아니라 후렴구만 반복될까?
머릿속에서 노래가 반복될 때를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한 곡이 완벽하게 재생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딱 이 부분만 계속 생각나는데?” 싶은 짧은 구간이 반복됩니다.
우리의 기억은 음악을 항상 하나의 완전한 파일처럼 저장하고 재생하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특정 멜로디나 리듬처럼 기억에 강하게 남은 부분이 단서가 되어 음악의 일부가 떠오를 수 있습니다.
특히 반복적인 멜로디, 단순한 리듬, 기억하기 쉬운 후렴구는 머릿속에서 다시 떠오르기 쉽습니다.
대중음악에서 후렴구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도 이런 특성과 연결해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 들었던 노래가 계속 생각나는 이유
이어웜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계기 중 하나는 바로 최근의 음악 노출입니다.
카페에서 들었던 노래, 쇼츠나 릴스에서 반복해서 들었던 음악, 출근길에 들었던 노래처럼 최근 접했던 음악이 나중에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죠.
특히 요즘에는 짧은 영상에서 노래의 특정 부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10~20초 정도의 음악을 여러 영상에서 반복해서 접하다 보면 그 짧은 부분이 기억에 강하게 남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상을 보고 있지 않은 순간에도 갑자기 그 멜로디가 떠오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아무것도 안 할 때 노래가 더 잘 떠오르는 이유
신기하게도 이어웜은 무언가에 아주 강하게 집중하고 있을 때보다 비교적 단순한 활동을 하고 있을 때 나타나기도 합니다.
샤워할 때, 설거지할 때, 산책할 때처럼 말이죠.
이런 상황에서는 외부 과제에 모든 주의가 집중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기억 속에 있던 생각이나 이미지, 음악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여지가 생깁니다.
그래서 조금 전까지는 잊고 있던 노래가 갑자기 머릿속에서 재생될 수 있습니다.
어떤 장소나 단어가 특정 음악을 떠올리게 하는 기억의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말한 단어 하나가 노래 가사와 연결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 노래를 떠올릴 수 있는 것이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면 왜 더 생각날까?
머릿속에서 같은 노래가 계속 반복되면 일부러 멈추려고 해본 적도 있을 것입니다.
“이 노래 이제 그만 생각해야지.”
그런데 오히려 그 순간부터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무언가를 의식적으로 억제하려면 역설적으로 내가 지금 그것을 생각하고 있는지 계속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노래를 생각하지 말자”고 마음먹는 순간 뇌는 내가 그 노래를 생각하고 있는지 확인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다시 노래가 떠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억지로 없애려고 하는 것보다 다른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주의를 옮기는 편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머릿속에서 반복되는 노래를 멈추려면?
이어웜 자체는 흔하게 경험할 수 있는 현상이기 때문에 반드시 없애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같은 노래가 계속 반복되어 신경 쓰인다면 몇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다른 활동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는 등 주의가 필요한 활동을 하면 머릿속 음악에 쏠려 있던 관심이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또 의외로 그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머릿속에서는 특정 구간만 계속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실제 노래 전체를 들으면서 멜로디의 흐름을 끝까지 경험하면 반복되는 느낌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사람마다 효과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루 종일 같은 노래가 생각나는 건 이상한 걸까?
대부분의 경우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머릿속에 노래가 맴도는 이어웜 현상은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일반적인 인지 현상입니다.
우리가 음악을 기억하고 떠올리는 과정에서 특정 멜로디가 의도와 관계없이 활성화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것이죠.
결국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반복되는 그 노래는 단순히 “노래가 너무 중독적이라서”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최근에 얼마나 자주 들었는지, 멜로디가 얼마나 기억하기 쉬운지, 어떤 기억과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지금 무엇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지 등 여러 요소가 함께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음번에 갑자기 한 노래가 머릿속에서 무한 반복되기 시작한다면 이렇게 생각해 봐도 좋겠습니다.
“내가 일부러 생각하는 게 아니라, 기억 속 음악이 저절로 재생되고 있는 거구나.”
평범하게 지나칠 수 있는 경험 속에도 우리가 기억하고 생각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인지과학이 숨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