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려고 하면 갑자기 온갖 생각이 떠오르는 이유, 왜 밤만 되면 생각이 많아질까?

분명 하루 종일 피곤했는데 막상 침대에 누우면 정신이 또렷해질 때가 있습니다.

“아까 그 말을 왜 그렇게 했지?”

“내일 해야 할 일이 뭐였더라?”

그러다 몇 년 전 있었던 일까지 갑자기 떠오릅니다. 하나의 생각이 또 다른 생각으로 이어지다 보면 어느새 잠은 달아나 버리죠.

도대체 왜 잠들기 전에는 생각이 많아지는 걸까요?

단순히 걱정이 많은 성격 때문만은 아닙니다. 우리가 정보를 처리하고 주의를 사용하는 방식과 관련이 있습니다.

낮에는 괜찮은데 밤에는 생각이 많아지는 이유

낮 동안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외부 정보를 처리합니다.

사람과 대화하고, 일을 하고, 스마트폰을 보고, 주변의 소리를 듣습니다. 자연스럽게 우리의 주의도 외부를 향하게 됩니다.

하지만 잠자리에 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불을 끄고 침대에 누우면 주변에서 처리해야 할 정보가 크게 줄어듭니다. 이때 외부가 아닌 자신의 생각과 기억에 주의를 기울일 여유가 생길 수 있습니다.

즉, 밤이 되어서 갑자기 생각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기보다는 낮에는 다른 자극에 가려져 있던 생각들이 상대적으로 잘 느껴지는 것입니다.

하나의 생각이 계속 다른 기억을 불러오는 이유

잠들기 전에는 오래전 기억이 갑자기 떠오르기도 합니다.

우리의 기억은 각각 완전히 독립되어 저장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의 생각이나 단서가 관련된 다른 기억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일 친구를 만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다가 예전에 함께 갔던 식당이 떠오르고, 그곳에서 했던 대화를 생각하다가 몇 년 전 있었던 일까지 떠올리는 식입니다.

그래서 침대에 누워 있다 보면 “내가 왜 여기까지 생각하고 있지?” 싶을 정도로 생각이 꼬리를 물기도 합니다.

끝내지 못한 일이 자꾸 떠오르는 이유

특히 아직 끝내지 못했거나 해결하지 못한 일은 잠들기 전에 떠오르기 쉽습니다.

내일까지 해야 하는 업무, 답장하지 않은 메시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문제처럼 마무리되지 않은 일들이 대표적입니다.

이와 관련해 심리학에서는 완료되지 않은 과제가 완료된 과제보다 기억에 남기 쉬울 수 있다는 현상을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라고 부릅니다.

물론 모든 미완성 일이 반드시 더 잘 기억되는 것은 아니지만, 해결하지 못한 일이 계속 신경 쓰이는 경험을 이해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개념입니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할수록 더 생각나는 이유

잠이 오지 않으면 흔히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제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자야겠다.”

하지만 생각을 억지로 없애려고 하면 오히려 더 선명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특정 생각을 하지 않으려면 내가 지금 그것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계속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내일 할 일을 생각하지 말자.”

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머릿속에는 ‘내일 할 일’이 등장한 셈입니다.

따라서 잠들기 위해 머릿속을 완전히 비우려고 노력하는 것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끄면 갑자기 생각이 많아지는 이유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보다가 화면을 끈 순간 온갖 생각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스마트폰을 보는 동안에는 영상, 사진, 글처럼 새로운 정보가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주의가 화면에 집중됩니다.

그러다 화면을 끄면 외부 자극이 갑자기 줄어들면서 자신의 생각과 기억이 상대적으로 더 잘 느껴질 수 있습니다.

즉, 스마트폰을 끄자마자 새로운 생각이 생겼다기보다 그동안 다른 자극에 가려져 있던 생각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에 가깝습니다.

잠들기 전 생각이 너무 많다면?

생각을 강제로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머릿속에 붙잡고 있는 정보를 밖으로 꺼내 놓는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내일 해야 할 일이 계속 떠오른다면 간단하게 메모해 두는 것입니다.

“오전에 전화하기.”

“메일 답장하기.”

“택배 보내기.”

해야 할 일을 기록해 두면 계속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는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또한 잠들기 직전까지 강한 자극을 계속 접하기보다는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조용한 활동을 하면서 잠을 준비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밤만 되면 생각이 많아지는 건 이상한 걸까?

대부분은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잠들기 전 생각이 많아지는 이유는 밤이 우리의 생각을 갑자기 만들어내서라기보다는 주변 자극이 줄어들면서 자신의 기억과 생각에 주의를 기울이기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나 걱정이 떠오르고, 하나의 기억이 또 다른 기억을 불러오면서 생각이 계속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오늘 밤에도 침대에 누운 순간 갑자기 오래전 일이 떠오른다면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밤이 되어서 생각이 많아진 것이 아니라, 주변이 조용해지면서 그동안 가려져 있던 생각이 더 잘 들리기 시작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도 우리가 기억하고 생각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인지과학이 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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