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 정보를 계속 기억하는 이유, 정답을 알아도 왜 자꾸 헷갈릴까?
시험 문제를 풀다가 답을 틀린 뒤 정답을 확인합니다.
“아, 정답은 이거였구나.”
분명 제대로 확인했고 이제는 알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며칠 뒤 같은 문제가 나오면 이상하게 처음에 선택했던 오답이 다시 떠오릅니다.
사람 이름이나 역사적 사실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깁니다. 처음에 잘못 알고 있던 정보를 나중에 바로잡았는데도 순간적으로 예전 정보가 먼저 생각나는 것이죠.
“이거 아닌 거 알고 있는데 왜 자꾸 이게 생각나지?”
도대체 틀린 정보를 계속 기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기억력이 나빠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한번 학습한 정보가 기억에 남는 방식과 새로운 정보가 기존 기억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틀린 답도 한번 기억하면 흔적이 남을 수 있다
우리는 틀린 정보를 알게 되면 정답을 확인하는 순간 기존 정보가 깨끗하게 지워진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기억은 컴퓨터 파일을 삭제하고 새 파일로 교체하는 것처럼 작동하지 않습니다.
처음 접한 오답 역시 하나의 정보로 처리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호주의 수도는 시드니다.” 라고 잘못 알고 있다가 나중에
“호주의 수도는 캔버라다.” 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정답을 배웠다고 해서 ‘시드니’라는 정보 자체가 머릿속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호주’라는 단서를 만났을 때 시드니와 캔버라라는 두 정보가 모두 떠오를 가능성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어떤 것이 정답인지 헷갈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먼저 배운 정보가 새로운 기억을 방해하기도 한다
기억 연구에서는 기존에 학습한 정보가 나중에 배운 정보를 떠올리는 데 방해가 되는 현상을 순행 간섭(Proactive Interference)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사용했던 비밀번호를 새로운 비밀번호로 변경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새로운 번호를 분명 외웠는데도 로그인할 때 예전 비밀번호를 입력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래 사용했던 정보가 강하게 익숙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틀린 답을 먼저 외운 경우에도 비슷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정답을 새롭게 배웠더라도 처음 학습한 정보가 먼저 활성화되면서 새로운 정보를 떠올리는 것을 방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잘못된 정보를 오랫동안 믿었거나 여러 번 반복했다면 더욱 익숙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익숙한 정보가 정답처럼 느껴지는 이유
우리는 어떤 정보를 여러 번 접하면 그 정보를 처리하기가 쉬워집니다.
이렇게 정보가 쉽게 처리되는 느낌을 처리 유창성(Processing Fluency)과 관련해 설명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익숙하다’는 느낌이 때때로 ‘맞는 것 같다’는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에 잘못된 답을 여러 번 봤다면 나중에 정답을 배웠더라도 오답이 더 익숙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시험에서 두 선택지를 놓고 고민할 때
“이게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라는 느낌 때문에 익숙한 오답을 선택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익숙함과 정확함은 같은 것이 아닙니다.
자주 봤다는 이유만으로 그 정보가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정보를 정정해도 왜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까?
뉴스나 소문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어떤 사건의 원인이 A라고 알려졌지만 나중에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고 정정되었다고 해보겠습니다.
사람들은 정정 내용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더라도 시간이 지난 뒤 사건을 설명할 때 처음 들었던 정보를 다시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연구되는 개념 중 하나가 지속적 영향 효과(Continued Influence Effect)입니다.
잘못된 정보가 정정된 이후에도 사람의 추론이나 판단에 어느 정도 영향을 계속 미칠 수 있다는 현상입니다.
한 번 만들어진 설명을 단순히 “그건 틀렸다”고 제거하면 머릿속 이야기에는 빈자리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을 때는 틀렸다는 사실뿐 아니라 무엇이 정확한 정보인지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험 공부할 때 오답을 반복해서 보면 안 되는 이유
시험 공부에서도 이 원리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문제를 틀린 뒤 “내가 3번을 골랐는데 틀렸네.” 라고 오답 자체만 반복해서 보는 것보다
“정답은 2번이고, 그 이유는 ○○ 때문이다.” 처럼 정답과 근거를 함께 확인하는 방식이 더 좋습니다.
특히 객관식 문제를 공부하면서 틀린 선택지를 계속 읽기만 하면 오답 자체가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오답노트를 만들 때도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만 기록하기보다 정확한 개념과 왜 그것이 정답인지 함께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답을 직접 떠올려 보는 연습도 도움이 됩니다.
답을 눈으로 여러 번 읽는 것보다 문제를 보고 스스로 정답을 회상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어떤 정보가 실제로 기억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틀린 정보를 바로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는 정확한 정보를 반복해서 떠올리는 것입니다.
단순히 정답을 읽고 넘어가기보다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문제를 보고 스스로 답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두 번째는 정답에 이유를 연결하는 것입니다.
‘정답은 이것이다’만 외우기보다 왜 그런지 이해하면 관련된 단서가 많아져 기억을 꺼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처음부터 확실하지 않은 정보를 반복해서 외우지 않는 것입니다.
잘못된 정보를 여러 번 반복하면 익숙함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공부할 때는 답을 추측한 뒤 그대로 여러 번 되뇌기보다 가능한 한 빨리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정답을 알아도 왜 예전 오답이 생각날까?
결국 틀린 정보를 계속 기억하는 이유는 새로운 정답을 배웠다고 해서 기존에 학습한 정보가 즉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먼저 배운 정보와 새로운 정보가 서로 경쟁할 수도 있고, 반복해서 접한 오답이 익숙하게 느껴지면서 순간적인 판단에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정답을 알고 있는데도 예전에 외웠던 답이 불쑥 떠오르는 것은 반드시 기억력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틀린 정보를 억지로 지우려고 하는 것보다 정확한 정보를 더 강하고 명확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다시 학습하는 것입니다.
다음번에 시험 문제를 틀리고 정답을 확인했다면 단순히
“아, 틀렸네.” 하고 넘어가기보다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정답은 무엇이고, 왜 이것이 정답일까?”
우리는 새로운 정보를 배우는 것만큼이나 이미 알고 있던 잘못된 정보를 제대로 수정하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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