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들려는 순간, 갑자기 귀 옆에서 ‘쿵!’ 하고 큰 소리가 난 것처럼 느껴져 깜짝 놀라 깨어난 적이 있나요?
문이 세게 닫힌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 폭발한 것 같기도 하며, 머릿속에서 전기 소리가 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막상 주변을 확인해 보면 아무 일도 없습니다.
가족에게 “방금 무슨 소리 났어?”라고 물어봐도 아무도 듣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 큰 소리는 대체 어디에서 난 걸까요?
이런 현상은 실제로 존재하며, “폭발성 머리 증후군(Exploding Head Syndrome)” 이라고 불립니다.
이름만 들으면 무척 무섭게 느껴지지만 대부분 실제 머리에 문제가 생기거나 폭발하는 현상은 아닙니다.
실제로 어떤 느낌이 들까?
폭발성 머리 증후군은 주로 잠들기 직전이나 잠에서 깨어나는 과정에서 나타납니다.
사람마다 느끼는 소리는 조금씩 다릅니다.
누군가는 폭죽이 터지는 소리처럼 느끼고, 누군가는 문이 쾅 닫히는 소리나 총성이 난 것처럼 느끼기도 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전기가 ‘찌직’ 하는 소리나 천둥 같은 굉음을 들었다고 표현합니다.
특이한 점은 실제 외부에서 소리가 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주변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지만 당사자에게는 정말 귀 바로 옆에서 큰 소리가 난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경험하면 깜짝 놀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거나 집 안을 확인하기도 합니다.
왜 이런 소리가 들리는 걸까?
정확한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현재는 잠드는 과정에서 뇌의 여러 신경 활동이 전환되는 동안 일시적인 오류가 발생하는 현상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잠들기 시작하면 뇌는 한 번에 꺼지는 것이 아닙니다.
시각, 청각, 운동을 담당하는 여러 신경 활동이 조금씩 낮아지면서 깨어 있는 상태에서 수면 상태로 넘어갑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청각과 관련된 신경세포가 순간적으로 강하게 활성화되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큰 소리를 뇌가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귀가 실제 소리를 들은 것이 아니라 뇌가 소리를 만들어낸 것에 가깝습니다.
귀에서 나는 이명과는 다를까?
귀에서 ‘삐—’ 하는 소리가 계속 들리는 이명과는 조금 다릅니다.
이명은 비교적 지속적으로 들리거나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폭발성 머리 증후군은 보통 매우 짧습니다.
‘쿵!’
하는 순간적인 소리가 들린 뒤 바로 사라집니다.
그리고 대부분 잠들기 직전이나 잠에서 깨어나는 과정에서 나타납니다.
또 실제 통증을 동반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리가 너무 크고 갑작스러워서 마치 머리가 아플 것 같은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실제로 두통이나 신체 손상이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빛이 번쩍이는 느낌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흥미롭게도 어떤 사람들은 큰 소리와 함께 번쩍이는 빛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눈을 감고 있는데 갑자기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 것처럼 밝게 느껴지거나 번개가 친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 역시 실제 방 안에서 빛이 발생한 것은 아닙니다.
잠들기 직전 뇌의 시각 처리 과정에서 순간적인 신호가 발생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으로 설명됩니다.
즉, 뇌가 잠드는 과정에서 청각과 시각 신호를 동시에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는 것입니다.
스트레스가 많을 때 더 잘 나타날까?
폭발성 머리 증후군은 수면 부족이나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특히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거나 피로가 많이 쌓였을 때, 혹은 생활 패턴이 크게 흐트러졌을 때 이런 경험이 더 자주 나타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카페인을 늦은 시간까지 많이 섭취하거나 잠들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을 보는 습관 역시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수면 리듬이 불규칙한 사람이라면 잠드는 과정에서 여러 이상한 감각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왜 이렇게 생생하게 느껴질까?
가장 신기한 점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소리인데도 너무 현실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소리’를 단순히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귀는 외부의 진동을 받아들이지만 실제로 그 소리가 무엇인지 판단하는 것은 뇌입니다.
따라서 외부 소리가 없어도 뇌의 청각 처리 영역이 강하게 활성화되면 우리는 실제로 소리가 들린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꿈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꿈속에서는 실제 방 안에서 누군가 말하고 있지 않아도 우리는 목소리와 음악을 매우 생생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위험한 현상일까?
이름에 ‘증후군’과 ‘폭발’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 무섭게 느껴지지만 대부분은 위험한 질환으로 보지 않습니다.
뇌가 손상되거나 실제 머릿속에서 무언가 터지는 현상도 아닙니다.
대부분 몇 초 안에 끝나며 별다른 후유증도 없습니다.
다만 이런 현상이 지나치게 자주 반복되거나 심한 두통, 의식 변화, 마비, 경련 같은 다른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단순한 수면 현상이라고 넘기기보다는 의료진의 확인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잠과 깨어 있음 사이에서는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우리는 잠을 단순히 ‘의식이 꺼지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뇌는 꽤 복잡한 과정을 거쳐 수면 상태로 들어갑니다.
어떤 사람은 잠들면서 몸이 움찔하고, 어떤 사람은 떨어지는 느낌을 경험하며, 또 어떤 사람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큰 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들은 모두 깨어 있는 상태와 수면 상태의 경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독특한 경험입니다.
그러니 다음에 잠들기 직전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주변에는 아무 일도 없다면 너무 놀라지 않아도 됩니다.
어쩌면 그것은 집 밖에서 난 소리가 아니라, 잠들어 가는 당신의 뇌가 잠깐 만들어낸 소리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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