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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은 것들

사람이 패턴을 찾는 이유, 뇌는 왜 우연에서도 규칙을 발견할까?

읽는 시간 약 8분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다 보면 별 몇 개가 이어져 어떤 모양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구름을 보면서 동물이나 사람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벽지의 무늬를 한참 바라보다가 얼굴처럼 생긴 부분을 찾아내기도 합니다.

숫자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시계를 확인했는데 11시 11분이거나 영수증에 같은 숫자가 반복되어 있으면 평소보다 유난히 눈에 들어옵니다.

“왜 자꾸 같은 숫자가 보이지?”

별다른 관계가 없는 사건이 몇 번 연달아 일어나면 그 사이에도 어떤 규칙이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우연일 수도 있는데 왜 우리는 그 안에서 자꾸 의미와 규칙을 찾으려고 할까요?

여기에는 인간의 중요한 인지 능력 중 하나인 패턴 인식(Pattern Recognition)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패턴 인식이란 무엇일까?

패턴 인식은 우리가 받아들이는 정보에서 일정한 특징이나 규칙을 찾아내고 그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끊임없이 패턴을 인식합니다.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고, 글자를 읽고, 익숙한 목소리를 구별하고, 신호등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도 모두 과거에 학습한 특징과 현재 들어온 정보를 비교하는 과정과 관련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손으로 쓴 ‘가’와 컴퓨터 글꼴로 작성된 ‘가’가 조금 다르게 생겼어도 같은 글자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매번 처음 보는 그림처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특징과 비교해 빠르게 분류하기 때문입니다.

즉, 패턴을 찾는 능력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복잡한 세상을 빠르게 이해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능력입니다.

뇌는 왜 규칙을 찾으려고 할까?

우리 주변에는 너무 많은 정보가 존재합니다.

눈에 보이는 물체와 사람, 들리는 소리, 움직임, 냄새 등 모든 정보를 하나하나 완전히 새롭게 분석한다면 일상적인 판단조차 매우 느려질 것입니다.

그래서 과거의 경험을 이용해

“이런 특징이 있으면 이것일 가능성이 높다.”

라는 식으로 정보를 빠르게 이해합니다.

예를 들어 횡단보도 근처에서 자동차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접근하는 모습을 보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조심할 수 있습니다.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고 먹구름이 몰려오면 비가 올 가능성을 예상하기도 합니다.

과거에 반복해서 경험한 관계를 바탕으로 현재 상황을 예측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패턴을 발견하는 능력은 다음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그런데 실제로 없는 패턴까지 발견한다

문제는 우리의 패턴 인식이 항상 정확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람은 때때로 실제로는 특별한 관계가 없는 정보에서도 의미 있는 연결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 아포페니아(Apophenia)입니다.

아포페니아는 서로 관련이 없거나 무작위적인 정보 사이에서 의미 있는 연결이나 패턴을 지각하는 경향을 설명하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우연히 같은 숫자를 며칠 동안 여러 번 봤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처음 한두 번은 별생각 없이 지나갑니다.

하지만 반복해서 발견하면

“이 숫자가 계속 나타나는 데에는 무슨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숫자가 특별히 더 자주 등장한 것이 아니라 평소에는 무시하던 숫자를 의식하기 시작하면서 더 잘 발견하게 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구름에서 얼굴을 발견하는 것도 패턴 인식일까?

구름이나 콘센트, 자동차 앞부분을 보고 사람 얼굴처럼 느낀 적이 있을 겁니다.

두 개의 점이 눈처럼 보이고 그 아래 선 하나가 입처럼 보이면 우리는 금세 얼굴을 떠올립니다.

이처럼 실제 얼굴이 아닌 대상에서 얼굴이나 익숙한 형태를 발견하는 현상을 파레이돌리아(Pareidolia)라고 합니다.

파레이돌리아는 넓게 보면 의미 있는 패턴을 찾아내는 우리의 지각 성향과 관련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얼굴은 사람에게 매우 중요한 정보입니다.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아보고 표정을 통해 감정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얼굴과 비슷한 특징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래서 아주 단순한 모양만 있어도 얼굴처럼 인식하기 쉽습니다.

:)

이렇게 점 두 개와 선 하나만 있어도 우리는 쉽게 얼굴을 떠올립니다.

같은 숫자가 계속 눈에 들어오는 이유

11:11, 222, 777처럼 반복되는 숫자는 평범한 숫자보다 눈에 잘 띕니다.

여기에는 패턴 자체가 가진 시각적인 특징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1:11은 11:08이나 11:13보다 반복 구조가 분명합니다.

따라서 시계를 우연히 봤을 때 기억에 남기 쉽습니다.

반면 10:47처럼 특별한 규칙이 없는 시간은 확인하고 몇 분 뒤 잊어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다 보면 “요즘 이상하게 11:11을 계속 보네.” 라는 느낌이 생길 수 있습니다.

11:11을 본 순간은 기억하지만 그 사이에 확인했던 수많은 다른 시간은 기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특정 숫자가 실제로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라기보다 눈에 띄는 패턴을 더 쉽게 발견하고 기억했기 때문일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연이 반복되면 의미가 있다고 느끼는 이유

우리는 사건에서도 패턴을 찾습니다.

새로운 운동화를 신고 나간 날 우연히 좋은 일이 생겼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우연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운동화를 신은 다른 날에도 좋은 일이 생기면

“이 신발을 신으면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몇 번의 우연이 반복되면 서로 관계없는 사건 사이에도 연결이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뇌는 세상을 완전히 무작위적인 사건의 집합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원인과 결과, 규칙과 연결을 찾아 이해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능력 덕분에 우리는 실제로 존재하는 중요한 규칙을 발견할 수 있지만 때로는 우연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패턴을 찾는 것은 나쁜 습관일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패턴 인식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학습하는 데 매우 중요한 능력입니다.

글자를 읽고 사람을 알아보고 위험을 예측하는 것 모두 패턴을 발견하는 능력과 관련이 있습니다.

문제는 패턴을 발견했다는 사실과 실제로 원인이나 의미가 존재한다는 것을 같은 것으로 생각할 때 생길 수 있습니다.

두 사건이 함께 반복됐다고 해서 반드시 하나가 다른 하나의 원인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따라서 중요한 판단을 해야 할 때는 “정말 반복되는 규칙이 있는 걸까?”

“아니면 몇 번의 우연이 유난히 기억에 남은 걸까?” 라고 구분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이 패턴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사람이 패턴을 찾는 이유는 복잡한 세상을 효율적으로 이해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과거 경험에서 반복되는 특징을 찾아 사람과 사물을 구별하고 상황을 빠르게 판단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능력은 너무 적극적으로 작동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무작위적인 숫자나 구름, 서로 관련 없는 사건에서도 규칙과 의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패턴이 보인다는 사실 자체가 그 패턴에 실제 의미가 있다는 증거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다음번에 우연히 같은 숫자를 연달아 발견하거나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사건 사이에서 묘한 연결을 느낀다면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정말 세상에 규칙이 숨어 있는 걸까, 아니면 내 뇌가 규칙을 찾아낸 걸까?”

어쩌면 우리가 발견하는 수많은 패턴 중 일부는 세상에 원래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려는 우리의 뇌가 만들어낸 연결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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